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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안지훈(teo)

인순이가 연예제작자협회, 대한가수협회와 함께 11월 3일 예술의전당 대관 탈락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 역시 인순이의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인순이를 예술의전당으로"라고 말할 근거를 찾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하지만 막상 기자회견장의 분위기를 보고, 참석자들을 보고, 그들의 얘기를 듣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인순이는 예술의전당에 지금 가면 도저히 안되겠다.

인순이의 주장은 "예술의전당은 가수로서 꿈의 무대이다. 꿈을 이루게 해달라. 원칙이 있다면 물러나겠지만 조용필과 조영남의 선례도 있지 않은가."라는 것이었다. 인순이는 30여년 가수 인생을 팬들과 함께 정리하는 무대로 예술의전당을 고대해왔고, 그녀의 주장은 '카네기홀도 나에게 문을 열었고, 예술의전당은 조용필과 조영남에게도 문을 열었다. 나는 왜 안 되나? 누구라도 좋으니 제발 내가 안 되는 이유를 알려달라.'라는 것이었다.

한 가수의, 순수한 꿈에서 시작된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기자회견의 핵심은 이미 '꿈'이 아니었다. 기자회견의 타이틀부터가 이미 '대중가수를 외면하는 전문 공연장의 현실'이었다. 연예제작자협회와 대한가수협회(회장 송대관도 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말을 보탰다)가 지원군으로 나서면서, 혹은 개입하면서부터는 이미 예술의전당 관련 파문은 순수한 꿈 얘기로 끝나지는 않게 됐다.

인순이가 순수한 꿈을 화두로 전문공연장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대중가수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이야기는 점점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대중가수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이 있는가? 없다. 이 기자회견에서 인순이도 말했듯 대중가수들이 공연하는 곳은 대개 체조경기장, 역도경기장 같은 체육시설이다. 물론 대중가수의 여건이 척박한 거 맞다.

하지만 인순이에게만 순수한 꿈이 있는 것은 아니다. 싸이에게도 있었고, 조용필과 조영남에게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대중가수만 순수한 꿈을 꾸나? 클래식 음악가들도 순수한 꿈을 꾼다. 클래식 음악의 저변은 대중가수의 그것에 비하면 10%의 규모도 안된다. 그들은 줄을 서고 기다려서 예술의전당 공연이라는 꿈을 이뤄간다. 예술의전당을 꿈꾸는 게 인순이 혼자가 아니다.

게다가 다른 예술의전당 꿈을 꾸는, 클래식 음악가들이 그 꿈을 못 이뤘을 때,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얼마나 될까. 인순이는 호텔 **홀에서 디너쇼도 할 수 있고 클럽에서 파티식 콘서트를 할 수도 있다. 잔디밭에서 맨발의 청중들과 즐길 수도 있다. 하다못해 방송사 공개홀도 대중가수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연장이다. 클래식 음악가는... 갈 곳이 별로 없다. 그래서 꿈만 꾼다. 꿈에서 물러나야 하면, 기다린다.

인순이는 예술의전당에 명확한 대관기준과 원칙이 있다면 물러나고, 그렇지 않다면 또 대관신청을 하고 기다릴 것이라고 했다. 기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인순이의 꿈은 이제 순수한 꿈에서 벗어났다. 지원군을 부르고, 세력이 개입하면서부터 그녀는 꿈을 꾸되, 순수하다고 주장을 할 수는 없게 됐다. 이미 문제는 대중가수가 외면당하는 차별적인 현실로 옮겨갔다.

인순이가 돌아가야 할 곳은 초심이다. 클래식 음악가들은 공연을 하며 청중과 교감하는 것이 꿈이자, 소망이다. 대중가수 또한 마찬가지다. 인순이 또한 청중이 없이는 숨쉴 수 없는 가수다. 모두 똑같이 음악하는 사람들이고 꿈은 같다. "예술의전당같이 품격 있고 좋은 곳에서"(인순이의 표현이다) 청중과 함께 호흡하고 싶다는 것만이 굳이 인순이의 꿈인 건가. TV나 호텔, 올림픽공원 잔디공원 같은 곳에서 청중과 함께 호흡하는 건 인순이의 꿈이 되기엔 너무 안 좋다는 건가. 디너쇼나 TV 공연은 그저 돈 벌기 위한 수단이었고, 청중이 자신의 음악을 온 마음으로 들어주고 있다는 기쁨을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나. 그녀가 이제껏 공연 때마다 청중과 희열을 느꼈다면,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 없었을텐데.

그렇다면 이건 이제 배신감에 대한 얘기가 된다. 인순이의 꿈은 이제 허영, 혹은 전시의 영역으로 튕겨져 나갔다. 그녀가 진정 청중을 사랑하는 음악인이라면 예술의전당에서 '꿈의 무대'를 이룰 수 없다고 해서 협회 오빠들과 합세해 여론을 선동하려 해서는 안된다. 인순이는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가, 공연을 하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를 기억해내야 한다. 아무리 협소하고 후진 무대라도 그녀라면 엄청난 공연을 할 수 있다. 그녀의 폭발적인 무대에 열광하는 청중만이 인순이를 꿈의 영역으로 데려갈 수 있다. 청중과 진정으로 교감하는, 승천하는 듯한 뽕맛 공연의 경험을 꿈꾸지 않고 그저 예술의전당 공연만이 꿈이라고 하는 인순이는 지금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인순이가 예술의전당에 섰을 때, 반쯤 잠든 부모님 부대 청중의 시큰둥한 반응을 어찌하지 못 하게 된다면, 그래도 과연 인순이는 예술의전당에서 꿈을 이룬 게 되는 것일까?

인순이의 공연이 왜 더이상 장년층에만 어필하는 컨텐츠가 되었는지부터, 자신의 음악이 30년을 보내는 동안 대체 언제부터 게을러진 건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왜 그녀에게 '밤이면 밤마다'밖에 없는지, 왜 20,30대가 조PD와 이적이 없는 그녀의 음악에 열광하지 않는지를, 세대를 아우르는 조용필 같은 선배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금 꼭 되돌아 봐야 한다. 성장 없는 인순이, 공연의 순수한 기쁨을 잊은 인순이에게 예술의전당은 허영이다.

인순이는 혹독한 담금질이 필요한 시기다. 그녀에 대한 동정론이 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흑인 혼혈로 힘든 인생, 가수로서도 힘든 시기를 보낸 인순이인 것 안다. 재작년(인가..가물해서)에는 가까운 사람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고도 위대한 음악성을 갖추게 된 음악인, 가수, 엔터테이너임도 인정한다. 나 자신 역시 인순이를 매우 존중하는 팬이다. 다만, 이 동정론이 더 커지다보면 그녀의 사적인 삶에 대한 동정론까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예술의전당을 개방하자는 목소리만은 나오지 않길 바란다. 그것과 이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한편 예술의전당 측은 [예술의 전당은 클래식 공연을 위한 공간]이라는 원칙을 밝혔다. 이명박 정부에서 하는 일은 문광부나 예술의전당의 일이라도 무조건 싫지만, 예술의전당과 유인촌의 이 원칙에만은 지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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